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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미다스의 황금(디지털타임스-20140522)

  • 글쓴이 최고관리자 날짜 2014.07.15 16:23 조회 1,085

[디지털인문학] 미다스의 황금

 

입력: 2014-05-22 20:13
[2014년 05월 23일자 22면 기사]
 
[디지털인문학] 미다스의 황금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하는 사업마다 `대박'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낼 수 있고 성공을 몰고 오는 사람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의 대표선수를 하나 소개하겠다. 먼 옛날, 프뤼기아라는 곳에서 왕 노릇하던 미다스(Midas). 그에게 박쿠스(=디오뉘소스) 신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미다스의 선택은 `황금'이었다. 몸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이 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손만 대면 보잘 것 없는 작은 떡갈나무도 황금가지가 되고, 벽돌을 집어 들면 고가의 금괴가 된다니, 미다스는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상상에 빠진 그의 영혼은 자신의 희망을 감당해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미다스의 소원을 듣던 바쿠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황금에 눈이 먼 자의 욕망이 불러올 재앙을 예견했기 때문이다. 미다스가 바쿠스의 탄식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소한 물건들을 황금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한 미다스는 축하의 진수성찬을 차리게 했다. 기쁨에 겨운 그가 빵을 입에 넣자, 말랑말랑한 빵은 온데간데없고 딱딱한 황금 덩어리가 이에 부딪혔다. 포도주를 마시려고 하자, 녹은 금이 그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려고 했다. 그는 뱉어내야만 했다.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 수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허기와 갈증에 메말라갔다. 그를 돕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은 참상을 면할 수가 없었다. 그의 몸에 닿는 순간 모두 황금덩어리로 변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내도, 자식도, 신하들도 모두 그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미다스는 황금의 궁전 안에서 모든 것을 잃고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말았다.

미다스의 성공이 그래도 부러운가? 아니라고 딱 잘라 대답하기는 아직 어려운 모양이다.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모든 불행과 불편함의 근본적인 원인이 가난인 것만 같으며, 돈이 최고의 가치로 평가되는 자본주의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돈보다 귀한 가치가 있다고 외치는 종교인들과 인문학자들조차 돈에 `환장'한 것 같다. 종교와 문학, 철학과 예술은 돈에 대한 저속한 굶주림과 욕망을 감추는 가증스러운 가면에 불과한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래도 돈이 없으면 안 된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세상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불행할 수밖에 없었던 미다스는 오늘날 여전히 성공의 상징처럼 비유되곤 한다. 내놓기만 하면 각종 차트의 1위를 석권하는 가수나 작곡가, 출연한 영화를 모두 흥행시키는 배우나 감독, 투자하는 족족 큰 성공을 거두는 투자자, 내놓는 기획마다 대박을 내는 사업가, 그들은 `미다스의 손'이라 불린다.

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미다스의 손을 갖고 싶어 한다. 교육도 그렇다.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가 더 좋은 직업을 얻고, 그래서 부자로 살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 자식을 가진 부모들의 바램인 것 같다. "부자되세요"는 듣기 좋은 인사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것은 "미다스의 손이 되세요"라고 해석될 때, 끔찍한 저주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보고, 어떤 것이든 돈이 되게 하려던 황금의 미다스는 결코 성공한 사람이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의 곁은 황금으로 번쩍거리지만, 그 황금의 제국 안에서 그는 한 없이 외롭고 배고프며 목마르며, 버려진 존재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슬프게 한 `세월호 사건'은 오늘날의 `미다스'가 만든 재앙이다. 황금에 눈이 먼 사람들에게 승객은 사람이 아니라, 손만 대면 황금이 될 대상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돈을 번다는 것, 황금을 만드는 일, 그것이 오직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에 그칠 때,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다. 다른 사람들을 아끼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먼저고 그 대가로 주어지는 황금에는 정의롭고 초연한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가게를 꾸리며 기업을 이끌고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맡아야 한다. `미다스'와 같은 자들은 사람들과 사회와 나라를 망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