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명과 아시아

[주해연구] [3] 『법철학』 <시민사회> 장 (박배형)

  • 글쓴이 최고관리자 날짜 2014.08.04 13:32 조회 1,075
   본연구자는 헤겔(G. W. F. Hegel)의 실천철학적 저술인 법철학 강요(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 법철학으로 약칭)의 제 32(§§ 182-256)<시민사회>을 주해하고자 한다. 헤겔의 법철학19세기 초 프로이센 왕국이 나폴레옹 전쟁의 영향으로 일대 정치적 개혁을 단행한 후, 다시 복고주의로 회귀하던 시점인 1820년에 출판되었다. 이 책에서 헤겔은 전통적인 법이론, 윤리학, 정치사상 등을 검토하고 비판하면서 자유 이념을 토대로 하여 포괄적이고 통일적인 자신의 실천철학을 수립하고 있다. 이 저술은 특히 근대의 자연법 이론, 사회계약론, 국가론, 주권과 인권 이론 등에 대한 헤겔의 입장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헤겔 당대뿐만 아니라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회철학 및 정치철학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법철학에 구현된 헤겔의 실천철학적 사상과 맑스나 프랑크푸르트학파 간의 연관성은 이미 충분히 잘 알려져 있으며, 존 롤스, 찰스 테일러, 마이클 샌델, 알래스데어 맥킨타이어 등에 의해 주도되었고 20세기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자유주의-공동체주의 논쟁에서 헤겔은 공동체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사상가로 자리매김 되었다. 헤겔은 <시민사회>장에서 자신의 고유한 시민사회 이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특히 그가 시민사회와 국가를 구분하여 양자를 서로 상이한 원리를 통해 설명함과 동시에 양자를 체계적으로 연관시킨 점은 그가 이룩한 높은 학문적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첨언하자면 그는 정치적 공동체인 국가와 시민사회를 원리적으로 구분하여 시민사회에 대한 이론을 별도로 정립한 최초의 철학자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시민사회에 관한 사회·정치철학적 또는 사회과학 분야의 논의에서 그의 이론은 계승과 극복의 대상으로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이 주해 대상 텍스트는 단순히 서양 근대의 정치철학적 사상의 집대성으로 간주될 수도 있으나, 오늘날의 한국사회, 특히 근대화과정을 거친 한국사회에 대하여 많은 점을 시사해 주기도 한다. 즉 한국사회의 근대화과정(산업화, 민주화, 서구화과정)에서 추구되고 실현된 사회적, 정치적 가치들(예를 들어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인권, 대의적 민주주의 등등)은 상당부분 서양에서 도입된 것이며, 헤겔의 법철학내에서도 이러한 가치들이 체계적으로 서술되고 논의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이러한 실천철학적 사상 속에 드러난 서양의 근대 문명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 제도의 형성에 있어 실질적 영향을 끼쳐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주해서에서 이루어질 헤겔의 실천철학적 사상에 대한 탐구는 특히 정치적이고 사회제도적인 측면에서 서양 근대 문명이 한국사회에 수용되어 어떻게 토착화되었는지를 고찰하고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중요한 기초연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