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서울대 교수 8인의 교도소 강연이 책으로…'낮은 인문학'(연합뉴스 20160429)

  • 글쓴이 최고관리자 날짜 2016.05.13 10:14 조회 941
서울대 교수 8인의 교도소 강연이 책으로…'낮은 인문학'(연합뉴스 20160429)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서울대 교수 8인이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한 인문학 강의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29일 21세기북스에서 펴낸 '낮은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인문학이야말로 교도소에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서울대와 법무부가 지난해 서울 구로구 소재 교도소에서 진행한 인문학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언뜻 교훈적인 내용으로만 이뤄졌을 것 같지만 각 분야 대표 교수 8인은 평생을 바쳐 탐구한 자신의 학문에서 정수만 뽑아내 알기 쉽게 소개한다. 종교의 의미부터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 문제까지 강연의 스펙트럼이 넓지만 결국 과거 자신을 성찰하고 스스로 변화시킬 용기를 건넨다는 공통점이 있다.
책은 고대 이집트인이 생각한 삶에 대한 가치관과 종교의 핵심을 살펴보고 타인의 기쁨과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인 '자비'가 왜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배철현 교수(종교학과)의 강연으로 시작한다.
'인도철학을 통해 보는 생각의 힘'을 주제로 인도철학에서 말하는 '행복'과 '생각'의 관계를 강연한 강성용 교수(인문학연구원), 고대 그리스 문학인 '일리아스'에서 권력, 사랑, 행복을 추구한 작품 속 주인공과 나의 삶을 비교해보며 삶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하는 김헌 교수(인문학연구원) 등의 강연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홍진호 교수(독어독문학과)는 '독일인에게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주제로 나치 시절의 부끄러운 과거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기억하려는 독일인의 노력을 들여다봄으로써 자기 자신 혹은 우리 사회는 동일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알려준다.
김현균 교수(서어서문학과)는 라틴아메리카인들이 서구 중심적 프리즘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문학과 예술을 통해 들여다보고 장재성 교수(불어불문학과)는 '로고스'와 '엑소더스'라는 두 개념으로 서양문명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모색한다.
박찬국 교수(철학과)는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에리히 프롬에서 찾으며 쾌락이나 소유로 종식되는 삶이 아닌 존재 양식의 삶을 구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사건을 우리가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신화 속에 담긴 삶과 죽음의 관계로 알아보는 유요한 교수(종교학과)의 강연으로 끝을 맺는다.
각기 다른 주제지만 연속성을 가지며 철학, 종교, 역사, 문학을 넘나들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기회를 제공한다.
'분명 지금의 우리처럼 생각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면서 살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우리는 그 길을 너무 오랫동안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길이 있음을 확실히 안다면 한번쯤 그 길 위의 삶에 도전해보거나 혹은 최소한 가까이라도 다가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76쪽)라는 강연 내용은 마음의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도 다시 한번 삶에 대한 열정을 갖도록 불을 지핀다.
368쪽. 1만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