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전쟁과 인문학" 국제학술대회경향신문 2009/10/27

  • 글쓴이 최고관리자 날짜 2010.07.15 15:26 조회 1,438
낙관주의·자신감이 전쟁 일으켜”
ㆍ그리스·로마 연구자 라아프라우브 교수 고전서 전쟁의 답 찾다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 인류 역사 이래 많은 현자가 답을 제시했지만 지금도 지구상에 전쟁은 끊이지 않는다. 미국 서양고전학회장을 지낸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고전 연구자인 쿠르트 라아프라우브 브라운대 명예교수(68)는 “낙관주의와 자신감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문명연구사업단 주최로 열린 ‘전쟁과 인문학’ 학술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라아프라우브 교수는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전쟁이 삶에 미칠 파괴적 영향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는 이유에 대해 역사가 투키디데스를 인용, 공포(정치적 이유), 영광(이데올로기적 이유), 이득(경제적 이유)을 들었다. 그는 이 세 가지 이유가 실제 전쟁 참여로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부정적 영향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자기 자신에게는 오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는” 사람들의 낙관주의가 결정적이라며 고대 아테네인들을 예로 들었다.
“아테네인들은 매우 오랫동안 성공적이었죠. 그들은 제국을 건설했고, 가난한 사람을 포함해 아테네의 모든 시민은 이 제국에 복무한 대가로 무언가를 얻었습니다. 낙관주의적인 느낌과 뭐든지 이루고자 한다면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터졌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유럽, 특히 독일의 상황에 비견된다. “전쟁 전 독일에서는 엄청난 낙관주의와 무한한 기회가 보장돼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다”는 것.
그는 고대 아테네의 변론가인 이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 “사실 이 모든 낙관주의는 환상이다. 평화를 누리려면 성공, 부가 항상적으로 가능하리라는 희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테네인들과 종종 비교되는 스파르타인들은 이와 정반대였다. 스파르타인들은 “모든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던” 아테네인들과 달리 “느리고, 조심스럽고, 모험을 좋아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소크라테스의 지적은 매우 중요한 통찰입니다. 현대에 오면 저의 나라 미국이 냉전이 끝나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지구 곳곳을 전쟁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고전이 아니었으면 현재 미국의 행태를 성찰하기 어렵겠지요.”
라아프라우브 교수의 이 같은 통찰은 국제정치 사상에서 자주 인용되어 온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임마누엘 칸트의 논리도 반박한다. 아테네는 전쟁 개시 여부를 결정할 시민들이 바로 그 전쟁에 나갈 사람들인 직접 민주주의 체제였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전쟁이 줄어들 법한데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고대 아테네는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였다. 민주주의라는 이유만으로 평화가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손제민기자 jeje1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