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문명 없던 수렵·채집사회… 인간은 더 잘 먹고 잘 쉬었다” 조선일보 2011년 6월 8일 자

  • 글쓴이 최고관리자 날짜 2011.06.30 15:27 조회 1,860

“문명 없던 수렵·채집사회… 인간은 더 잘 먹고 잘 쉬었다


서울대 HK문명연구사업단 총서 - 주 19시간 일하고 식재료도 다양, 농경사회 진입 후 수명 줄어들어
문명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문명연구사업단이 7일 두 권의 책으로 이 물음에 답을 내놨다. '문명공동연구' 총서 첫 출간분으로 나온 '문명 안으로'와 '문명 밖으로'(이상 한길사). 앞의 책에서는 서양에서 태동한 문명(civilization) 개념이 어떻게 동양에서 '문명(文明)'으로 번역돼 자리 잡아갔는지 밝힌다. 짝을 이룬 '문명 밖으로'는 주류 문명에 반기를 든 동서고금의 14가지 사례를 담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류의 첫 문명 단계인 농경사회와 이전 단계인 수렵·채집사회를 비교한 최근 연구 결과다.

전통적으로는 농경사회가 수렵·채집사회보다 더 나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원주민 생활문화나 유골 조사를 근거로 한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초기 농경민의 삶은 상당히 고달팠다. 반면 수렵·채집민을 대상으로 한 인류학적 조사는 이들이야말로 '원초적 풍요'를 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결은?

우선 이들은 적게 원하고 크게 만족한다. 아프리카 '쿵 부시맨'이 그 예다. 이들은 생활에 필요한 품목 하나만 소유한다. 욕구도 최소화하고 기술의 단순화와 재료의 민주화를 통해 더불어 풍요를 누린다. 욕구를 끊임없이 창출함으로써 희소성을 끝없이 만들어내는 '문명' 자본주의 사회와 대조적이다.

이들은 여가도 많다. 부시맨은 건기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식량 확보를 위해 주 12~19시간만 노동할 뿐이다. 부시맨은 하루 2140㎈ 정도를 섭취한다. 20세 이상 한국인 남성 권장량(1800~2500㎈)에도 뒤지지 않는다. 농경사회에 수반되는 절기도 없어 특별히 바쁜 때도 없다.

반면 초기 농경생활은 인류의 건강을 악화시켰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이뤄진 유골 정밀 분석 결과를 보면 그렇다. 농경사회에서 육체적 노동은 가중됐다. 골격 스트레스 검사 결과 농경민들이 수렵·채집인보다 훨씬 힘든 근육 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 상태도 나빠졌다. 수렵·채집인은 다양한 식량자원을 이용하는 반면 농경민은 주식 작물 몇 가지에 의존한 결과 '흉년'과 편식에 시달리게 됐다. 더불어 수명도 짧아졌다. 치아 감식 결과 수렵채집 집단의 어른 평균 수명이 농경집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이혜경 교수는 "문명에 대한 다른 시각을 통해 거대 문명중심주의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얻고 문명의 건강한 생명력을 되찾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근 기자 bkj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