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서울대 인문학술 행사 문명의 텍스트 100회 맞아 / 조선일보 11월 8일자

  • 글쓴이 최고관리자 날짜 2011.11.10 15:30 조회 1,529
"요즘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순례길 찾는 사람들이 많죠.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변화를 거듭해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줍니다."

7일 오후 서울대 대림국제관 5층 대회의실. 박용진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가 12세기 초 교황 칼릭스투스 2세에 의해 편찬된 책 '산티아고 순례 안내서'에 대해 발표를 시작했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문명연구사업단이 운영하는 '문명의 텍스트' 콜로키움 행사. 다양한 문명의 고전을 번역·주해(注解)하기 위해 발표와 토론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학술행사로 2008년 3월 시작해 이날 100회를 맞았다. 철학·이슬람학·인류학·로마 문헌학·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50여명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박 교수가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곁들이며 책의 번역 내용을 종교·건축·경제·문화·상업·여행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발표하자 참석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책은 라틴어로 쓰여 있는데, 당시에 라틴어 쓰는 사람은 제한돼 있었다. 누구를 위해 쓰인 책인가?"(헬레니즘시대 철학 전공자) "번역 용어에 대해 질문 있다. '복자 칼릭스투스'라고 돼 있는데 '복자'라는 말은 사후에 붙여주는 칭호다. 이 책이 칼릭스투스 교황이 죽은 뒤에 쓰였다는 증거로 볼 수 있나?"(로마 문헌학 전공자)….

박씨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해 "평신도를 이끄는 성직자를 위해 쓰인 책이다. 산티아고 순례는 지방 중심의 성인 숭배를 억제하고 로마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를 만들려는 시도였다"고 했고, 두 번째 질문에는 "맞다. 교황 사후에 쓰인 책이고, 저자는 칼릭스투스 교황의 비서쯤 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문명의 텍스트' 콜로키움은 학문의 경계를 넘어 학제간 공동 연구의 새 모델을 창출하려는 시도다. 먼저 1~2명의 연구자가 주해 내용을 발표하면 다양한 분과 학문의 연구자들이 의문과 의견을 제시하고, 발표자는 설명하거나 반박하면서 의견을 교류한다. 문명의 핵심인 고전을 통해 한국의 새로운 인문 정신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인문학 연구가 각 분야 학문의 울타리에 갇혀 있었다는 반성에서 시작됐다.

지난 6월에는 첫 성과물로 '문명 텍스트' 총서 1차분 7권을 발간했다. HK문명연구사업단은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거듭되면서 학문의 경계를 넘어선 공통의 주해 방식을 찾게 됐다"며 "실제 출간된 책들에는 다양한 학문 분과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고 했다.